수령을 머리에 비유하고, 사회정치적 생명체라는 집단적 생명주체를 상정하는 북한의 신체은유에서 신체 내지 생명의 의미는 무엇인가? 기존연구에서는 이를 전체주의 내지 독재 이데올로기로서 일면적으로만 파악해 온 경향이 있다. 물론 그러한 점을 부정할 수 없지만 역사적인 국가-신체 은유담론들과의 비교를 통해서 낯설게 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정치체(body politic)를 신체에 비유하는 신체은유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통치담론에서 자주 사용되어 오던 담론이었기 때문이다. 본 논문은 마르크스주의에서의 신체은유, 헤겔의 유기체론, 근대초극론에서 나타나는 교토학파의 신체론, 19 세기 독일의 유기체설과 그 수용으로서의 메이지 시기의 국가유기체설, 동양의 전통적 신체정치 담론, 기독교를 경유한 신학적 삼위일체론 등과의 비교를 통해 북한의 통치담론을 역사적으로 검토하고자 한다. 이들 역사적 비교를 통해서 볼 때, 북한에서의 수령론과 사회정치적 생명체론은 이질적 신체정치 담론들을 수정, 변용하여 나름 효과적인 통치담론을 만들어 냈다. 본논문은 이러한 생명 통치 담론의 사상사적 기원을 살펴봄으로써 그 특유의 사상구조를 파악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