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례 감독의 영화에는 지속적으로 ‘청년’이 등장해 왔다. 임감독은 청년을 꿈과 목표를 지향하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성과주체로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영화 속 청년은 무기력하고 무위의 상태인 경우가 많다. 이런 모습을 통해 청년 개념의 세속화가 이루어진다. 신화화 되었던 청년의 개념에 균열이 생기면서 청년 삶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는 것이다. 이런 문제제기는 임감독이 시대에 적응하지 않고 시대와 불화하는 동시대인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동시대인은 시대의 요구에 순응하는 자가 아니라 오히려 비시대적·시대착오적이며 비현실적인 주체이다. 이 때문에 동시대인은 시대에 대한 통찰력 있는 시차(視差)를 견지할 수 있다. 동시대인의 관점으로 본 청년은 ‘하지 않을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이 능력은 우정과 환대, 증여의 능력으로 확대된다. 그리고 이 우정과 환대, 증여는 장소성이 풍부한 생태학적 기반 위에서 이루어진다. 임감독의 영화에는 종종 비현실적인 희망이 엿보이는 결말이 그려지는데, 이 또한 동시대성에 의한 것이다. 그의 영화 속에서 보이는 희망은 성공에의 희망이 아니라 성공이 없더라도 연대와 우정으로서 잘 살아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며, 이것은 신자유주의 체제 속에서 가장 절실한 덕목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