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준의 「꽃과 뱀」, 「꽃과 소리」(1969)는 같은 해 한 달의 간격을 두고 각기 다른 잡지에 발표된 작품으로 등장인물이나 조화 가게라는 공간적 배경에서 서로 겹친다. 두 작품은 한국 자본주의 체제가 모순을 드러내는 시원이라 할 수 있는 1960년대에 당대 체계의 불안한 징후들을 포착하고 있다. 특히 모더니즘 양식에 바탕을 둔 미적 근대성이 두드러진 작품으로 삶의 양식에 대한 작가의 사유가 서사화 되고 있다. 소설은 당대의 현실이 불합리하고 모순투성이라는 인식과 그에 대한 사유의 과정에서 도출한 관념을 형상화한다.
2장에서는 「꽃과 뱀」을 중심으로 조화가 환유하는 문화로 포장된 사회·정치적 근대성과 그 확고한 체계에 균열을 가하는 죽음을 내포한 뱀의 야생성과 생명성이 지닌 양가성을 분석해 보았다.
3장에서는 「꽃과 소리」를 중심으로 삶의 양식을 지배하는 힘과 권력이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소리로 대변되는 엿장수, 두부장수, 청소부 등이 사람들을 소리의 노예로 삼는다는 것은 먹고 사는 일상의 유지를 위한 노동에 사로잡히는 삶을 은유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조화로 대변되는 문화적인 삶을 앞세운 복제화 하는 힘은 자본의 논리에 따른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시스템이 시스템 내의 개개인의 가치관마저 변화시킨다는 점이 문제적이다.
4장에서는 실재를 없애는 허구의 시뮬라크르에 균열을 가하고자 하는 사건들의 중요성에 주목한다. 복제된 조화는 하나의 기표가 되어 실체들을 변화시킨다. 때문에 실재와 허구의 경계가 모호해질 수밖에 없음이다. 이런 가운데 이청준은 부정(不正)의 부정성(否定性)을 발휘해 그 경계에서 문학이 포착할 수 있는 진실을 드러내 보이려 하고 있음을 분석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