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목적은 18세기 유배가사 『만언사』와 ‘만횡청류’의 사회문화적 소통 양상을 살피는 데 두었다. 특히 각 장르가 실현된 구체적 실상에 주목하여 텍스트가 지닌 양가적 속성, 즉 음악성과 문학성을 아우르는 문화담론체로서 기능하며, 텍스트가 실현되는 환경에 따라 당대의 대중문화담론을 이끌었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18세기에 이르면 ‘정(情)’을 위시한 정감 담론의 표현 양상은 텍스트 중심의 향유 관행과 맞물려 ‘만횡청류’와 유배가사 『만언사』의 문화적 편폭을 넓히는데 기여했다는 점에서 이들 텍스트의 사회문화적 소통 양상은 중요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먼저 본격적인 텍스트 분석에 앞서 기존 논의에서 연작 구성으로 인식한 『만언사』의 여섯 작품을 장르의 제시형식에 중점을 두어 서로 다른 문화적 층위에서 형성되고 향유된 텍스트로 구분지어 보았다. 이는 텍스트가 실현된 향유문화를 중심으로 장르 내의 변화는 물론 인접 장르의 변화 양상을 이끌며 그 미적 범주를 공유하는 방향으로까지 나아갔다는 데서 그 공통된 특질을 파악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진행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우선 가창문화권에서 만횡청류는 그 제시형식의 본질을 가창에 두기 때문에 음악성으로 실현되는데 사설이 늘어나고 텍스트 자체를 즐기는 언어유희적 측면 때문에 웃음과 재미를 유발하는 방식으로 대중문화담론의 원활한 소통을 이끌어 내었다. 유배가사 「사백부」, 「사부모」, 「사처」, 「사자」 등의 텍스트도 이러한 가곡문화권의 영향으로 인해 들을거리로서의 가창물로 기능하며 서술의 억제를 통해 ‘유배’라는 특수한 정황에 걸맞게 진지하고 우아한 미적 세련성을 갖추며 그리움의 정서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단편화 양상을 보였다.
필사문화권에서는 텍스트가 활발하게 소비·유통되는 측면과 관련하여 다양한 문화권으로 텍스트가 수용됨에 따라 수용자 혹은 필사자에 의해 담론의 재생산을 주도하며 활발하게 소통된 측면을 살필 수 있었다. 만횡청류는 민요를 적극 수용하면서 ‘민요의 가곡화’를 시도한 측면과 평시조와의 상호 텍스트성에 의해 음악성과 문학성의 영역을 확장하였음을 살필 수 있었다. 유배가사 「만언사」와 「만언답서」는 완독물로서 여항-시정문화 담론을 적극 수용하며 독자를 소비적 독자에 국한하지 않고 능동적 작가로 이끌어내며, 텍스트의 서술 원리 또한 다양한 볼거리를 풍성하게 갖추고, 독서 대중에게 전달하려는 메시지에 정보를 최대한 담아내는 방식으로 장편화 되는 경향을 드러냄으로써 여항시정가사로서의 면모를 보이며 폭넓은 향유층을 형성하였음을 살필 수 있었다.
이처럼 풍류현장과 여항시정문화권에서 활발하게 소통된 만횡청류와 『만언사』는 음악성과 문학성을 동시에 지니며 텍스트가 놓인 상황에 따라 가창텍스트로, 또는 완독텍스트로 전환 가능한 유연성을 확보하며 문화담론체로서의 기능을 유지·지속해 나아갔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