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목적은 신사파티스타 원주민의 관점에서 신사파티스타 투쟁에 관한 세 가지 담론을 비판적으로 고찰하는 데 있다. 첫째, 사이버전쟁이라는 담론은 신사파티스타에 대한 세계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이 담론은 치아파스라는 현실의 공간에서 진행되는 신사파티스타 투쟁을 가상공간의 투쟁으로 오인하게 만드는 역기능이 있다. 둘째는 반신자유주의 투쟁이라는 담론이다. 한때 신사파티스타는 반신자유주의 진영과 연대함으로써 국제적인 지지 네트워크를 구축했으며, 이로써 반신자유주의 투쟁의 세계적인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신사파티스타 투쟁의 근본 목표는 반신자유주의가 아니라 토지 문제 해결이다. 이 문제는 신자유주의 이전부터 존재하던 고질적인 문제이며, 신자유주의가 퇴조한 지금도 미해결의 문제로 남아 있다. 셋째는 대안근대성이라는 담론이다. 그렇지만 신사파티스타의 자치는 원주민 공동체 전래의 습속규범의 제도화일 뿐, 대안근대성의 모색이라는 견해에도 불구하고, 원주민 공동체의 습속규범에 근거한 것으로, 아직까지는 현 체제에 대한 대안근대성의 모색과 거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