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조건부 채권양도 계약이 체결되고 그 후 정지조건이 성취되어 채권양도 통지까지 이루어졌다면, 의무부담행위 성립 → 처분행위의 성립 → 처분행위의 효력 발생 → 대항요건 구비가 순차적으로 이루어진다. 판례는 이 경우 ① 처분행위의 성립시점을 기준으로 처분행위의 사해성을 판단해야 하고, ② 대항요건 구비행위는 별도로 채권자취소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이러한 판례의 입장은 타당하지 않다. 채권자취소권은 일탈된 채무자의 책임재산을 회복시켜, 채권자들의 강제집행을 가능케 하는 제도이다. 따라서 책임재산 일탈을 직접적으로 야기하는 채무자의 법률행위가 채권자취소의 대상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채권양도의 경우 처분행위의 효력이 발생함으로 인해 양도인과 양수인 사이의 대내적 관계에서 책임재산이 이전되었고, 대항요건이 구비됨으로 인해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책임재산이 이전되었다(대항요건 주의). 따라서 ① 채권양도라는 처분행위는 그 효력발생 시점을 기준으로 사해성을 판단해야 하고, ② 대항요건 구비행위도 별도로 채권자취소의 대상이 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의무부담행위가 사해행위가 아니었다면, 의무부담행위에 따른 의무의 이행차원에서 이루어진 처분행위 및 대항요건구비행위는 그 사해성을 쉽사리 인정할 수 없다. 이 경우 채무자의 수익자에 대한 본지변제가 채무자와 수익자 사이에 통모가 있는 경우에 한 해 사해성이 인정되는 것처럼, 처분행위 및 대항요건구비행위도 채무자(양도인)와 수익자(양수인) 사이에 통모가 있는 경우에 한해 그 사해성이 인정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