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세계론의 태동부터 성장, 그리고 쇠퇴에 이르기까지 역사적인 진화과정에 대한 연구가 한국에서는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점에 착안하여 본 연구는 구조사 중심의 장기지속(longue durée)의 역사사회학과 정치사회학을 통합한 국제정치사회학(International Political Sociology) 접근법을 토대로 식민주의, 탈식민주의, 비동맹주의, 남남협력, BRICS의 정치세력화까지 글로벌 남반구 및 제3세계 연구의 지속된 흐름과 특징을 단계별로 분석하여 그 연속성과 진화방식을 추적한다. 특히, 반둥체제의 중요성과 ‘반둥 이후’로 명명될 수 있는 단계적 차별성을 부각시켜 1955년 반둥에서 개최된 아시아-아프리카 회의가 남긴 비전과 규범적 가치가 그 이후 비동맹주의, 77그룹, 신국제경제질서, 남남협력으로 전개되는 글로벌 남반구의 주요 토대가 되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반둥체제 이후 냉전 종식까지 제3세계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도모된 탈식민주의와 비동맹주의가 상호 어떻게 중첩되고 일종의 개도국 간에 상상공동체로서 제3세계론이 형성되었는가, 그리고 더 나아가 이러한 상상공동체가 어떻게 냉전시대 이후에 붕괴되고 보다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방향으로 글로벌 남반구 연구가 진화되었는가를 분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