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평화론의 핵심 주장은 민주주의 국가들 간에는 서로 잘 싸우지 않는다는 것이다. 분쟁이 발생했을 때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 하는 ‘평화적 규범’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고대 그리스 상황에서는 잘 적용되지 않는다. 러셋은 ‘민주적 규범의 미성숙’을 원인으로 들었지만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고대 그리스 세계에서 민주정 간 전쟁이 빈번했던것은 평화적 규범이 미성숙했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전사적 기질과 호전적 규범을 공유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고대 그리스 세계에서 양보와 타협을 통한 평화적 분쟁해소는 비겁한 방식으로 간주되었다. 오히려 전쟁이나 대결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용기 있는 길이라 생각했다. 이를 통해 영광과 명예를 얻을 수 있다고 믿는 호전적 상무정신이 더 지배적이었다. 죽음이나 패배의 두려움 때문에 후퇴하거나 전쟁을 주저하는 것은 창피하고 불명예스런 일로 간주했다. 이런 정치문화적 분위기에서 전사적 기질을 공유한 시민-전사들은 자신들의 현실주의적 욕망을 실현시킬 줄 수 있는 호전적 제안에 찬성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