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대 한국석탑은 통일신라 정형양식 완성, 고려시대 건립목적과 주체, 양식 등에서 다원화 현상이라는 2가지 특징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조선시대 석탑은 전반적인 불교계 위축에 따른 사찰창건 감소에 따라 새로운 양식의 창안보다는 앞선 시대 조형을 계승하는 경향을 보인다. 근대는 조선을 거치면서 석탑뿐 아니라 불교계 전반이 위축된 상황 속에서 일본의 영향이 증가하면서 파격적인 석탑조형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국 석탑발전에 있어 근대에 대한 인식은 쇠퇴, 일본 영향의 증가, 전통양식의 소멸에 가까웠다. 그러나 일제치하 불교계 스스로 자정과 대중화를 위해 노력한 것과 같이 불교미술 역시 전통의 토대 위에서 근대의 새로운 미술 관념을 적극 반영하는 자세를 취했다. 일제강점기 건립된 석탑은 과거의 우수한 조형미는 상실했지만 한국석탑의 기본형식만은 끝까지 유지했다. 특히 일본불교계가 직접 건립한 사찰에 일본양식의 오륜탑(五輪塔)을 건립하거나, 친일불교 인사들이 한국 사찰에 이러한 석탑들을 본떠 건립하기도 했다. 하지만 본 연구에서 제시한 이 당시 건립된 석탑들은 한국석탑의 형식과 양식을 계승하면서 새로운 조형을 창출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 석탑발전에 있어 일제강점기 석탑은 단순 과도기가 아닌 연장선이다. 당시 석탑은 조선시대 석탑양식을 계승하면서, 불교계의 변화·사회와 제도 그리고 문화적인 변동을 반영한 새로운 양식의 출현을 가져왔다. 조선시대 석탑 조형이 근대 외부세계와 조응하면서 변화된 과정을 규명하는 것은 한국석탑 발전의 계서(繼序)관계를 명확히 하는 선결과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