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대표적인 행정제도(Régime administratif) 국가이다. 행정제도란 행정에 대한 사법적(司法的) 통제가 행정부 내에 설치된 독립된 행정법원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과 보통법의 지배를 벗어나는 공법원리로서 행정법의 존재를 핵심으로 한다. 그 결과 프랑스에서는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불평등한 법률관계로서 행정법 관계가 사법(私法) 관계와는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소송절차 역시 민사소송과 다른 특수한 법원칙이 지배하고 있다. 이처럼 프랑스에서는 18세기 후반 시민혁명을 겪으면서 비교적 일찍 절대주의를 청산하고 법치주의가 자리 잡으면서 꽁세유데따를 중심으로 행정법 이론이 풍부하게 발전한 반면, 독일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20세기 중반 이후에 와서야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하여 행정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기 시작하였다. 한편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를 겪으면서 일본을 통해 독일의 제국주의 행정법 이론을 무비판적으로 계수하였다.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는 한국전쟁 이후 경제개발을 목표로 중앙집권적인 통치형태가 계속되었고, 정치적으로는 군사독재가 장기화되면서 권위적인 경찰국가를 오랫동안 경험하였다. 이로 인해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풍미하고 있는 행정법 이론의 상당부분은 독일의 2차 세계대전 이전의 제국주의 행정법에 바탕을 두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오늘날 복잡한 현대 행정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독일 뿐 아니라 행정법의 모국(母國)인 프랑스 행정법 이론 체계에 대한 분석은 필수적이다. 특히 프랑스 행정법 이론 중에서 행정행위의 범위와 행정입법의 유형, 행정행위와 행정입법의 관계, 공법 관계로서 행정계약의 적용범위와 특수성, 꽁세유데따에 의해 발전된 행정소송의 분류와 기능, 행정책임제도의 구조, 공공서비스 이론과 이를 기초로 형성된 영조물법인에 대한 연구는 오늘날 우리나라 행정법을 균형감 있고 정확하게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우리나라 행정법 교과서에서 공역무(公役務)로 소개된 프랑스 공공서비스 이론과 영조물법인에 대한 연구는 우리의 경제행정법 분야에서 다양한 공기업을 포함한 경제간섭기구와 민영화의 법적 문제를 이해함에 있어 필수적이다. 위 주제들은 프랑스 행정법의 독창적인 색채를 엿볼 수 있는 영역으로 국내에서 단편적으로 이를 소개하고 있는 논문들은 일부 있지만, 독일 행정법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관심과 연구가 소홀한 것이 현실이다.
본 논문은 위 주제들에 대하여 이루어진 기존의 선행연구를 토대로 Jacqueline MORAND-DEVILLER 교수가 2009년에 출간한 프랑스 일반 행정법 교과서(DROIT ADMINISTRATIF)의 내용을 일부 반영하여 프랑스 행정법 이론을 개론적 범위에서 정리한 것이다. 이에 대하여 보완할 부분과 오류에 대한 수정은 좀 더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개별 주제의 형식으로 다룰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