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양반전」의 풍자와 작품 의미를 밝히는 데 목적이 있다.
정선양반과 부자 사이에 이루어진 양반 매매 사건은 당대 사회의 양반 팔아먹기 현상에 대한 풍자적 우의이다. 양반 팔아먹기는 문벌과 지위를 재화로 삼아 세덕을 팔아먹는 일체의 행위를 풍자한 것으로, 작품 속 풍자의 기층 프레임이다. 양반을 판 정선양반이 자신은 더 이상 양반이 아니라고 자처하는 행위는 양반 팔아먹기를 하고 있던 당대 양반들에 대한 신랄한 풍자의 뜻을 담고 있다.
「양반전」은 풍자 주체와 객체를 상대화하는 입체적 풍자 전략을 구사하고 있어 풍자가 복잡하고 중층적이다. 따라서 작품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특정 풍자 주체의 시각에 끌려가지 않고 풍자 관계를 정밀하게 분석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양반전」에는 여러 부류의 양반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모두 양반이 무언지를 모르고 있거나 일정한 결함을 지닌 양반들이다. 작자는 이들을 통해 18세기 양반사회의 암울한 현실을 보여 주고 있다.
「양반전」은 18세기 양반사회가 처한 총체적 위기를 다루고 있다. 양반의 글읽기는 과거의 도구로 전락하여 제대로 공부하는 선비가 없고, 글읽기에 전념하는 선비는 가난에 시달리고 있다. 양반 신분이 돈으로 매매되고, 정체성을 상실한 양반들은 상민들로부터 신선이나 도둑놈 취급을 받고 있다. 이러한 양반사회의 부끄러운 현실, 이것이 이 작품이 보여주려는 핵심 의미이다. 여기에는 명문가 엘리트 청년 선비의 자기 내집단에 대한 걱정과 위기의식이 담겨 있다.
연암은 양반의 정체성 훼손에 분노하면서도 무지와 어리석음에는 연민의 시선을 던지고 있다. 그는 당대 양반사회가 처한 위기의 근본 원인이 양반의 정체성 혼란에 있다고 본다. 그러나 「양반전」은 진정한 양반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는 청년기의 연암이 아직 양반의 정체성을 정립하지 못했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