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1960∼70년대 빈곤이 국가이데올로기의 가장 중요한 통치 대상이 되는 과정을 고찰하였다. 대통령 연설문에 나타난 경제적 빈곤에 대한 분노와 적대는 소설, 수기 등 대중적 매체를 통해 수치심으로 전환, 확대되었다. 이때 문학은 문화의 심층부에서 국가의 통치전략을 용인하고 복제함으로써 대중을 설득하는 양식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문학의 위대함은 빈민들의 공동성을 발견하고 이를 통해 수치심이라는 개인적인 정서를 우회해 지배이데올로기를 내파하는 새로운 재현의 길을 여는 데 있다.
빈곤 통치는 경제성을 삶의 총화로서만 다루면서 전 국민을 생존 기계로 전환한 것이었다. 그것의 가장 큰 폐해는 자치공동체의 훼손과 파괴이고 오늘날 자치공동체는 절멸한 상황이다. 이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동물적인 생존 기계로 만드는 통치술에 저항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자유를 확보하는 일이다.
박태순, 이문구는 빈민이 자신의 자유를 실현할 수 있는 자치공동체의 영역이 이미 우리 내부 안에 존재해 왔음을 보여준 작가이다. ‘외촌동’, ‘독가촌’, ‘우리 동네’는 타인을 동정과 연민의 시선으로 포장하지 않고 자신의 행동을 비추는 거울이자 갈등을 조율, 중재하는 장으로서 공론ㆍ정치적 영역을 보여주고 있다. 로컬공동체란 서로 상이한 위치의 사람들이 각자의 삶을 서로에게 보이고 서로 다른 입장을 이야기 하고, 들을 수 있는 공동의 장소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여전히 빈곤하다. 현재의 경제적 상황을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음에도 여전히 경제적 기준, 물질적 풍요로 환산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경제성만으로 우리 삶을 결정하는 유일한 척도로 남아 있게 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1960~70년대 국가의 기획과 목표에 따라 제 존재의 근원이 뿌리째 흔들리는 순간에도 자신들을 보호할 관계들을 포기하지 않았던 데에서 빈민의 의의를 찾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