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서 일본어 잡지 및 신문이 유통되기 시작한 것은 1876년 이후였지만, 전시의 불안정한 상황으로 인해 다양한 종류의 잡지들이 출판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조선에서 일본에 의한 통감정치가 실시되는 1905년 이후 부터는 일본에서 건너온 인텔리 계층을 중심으로 다양한 정보의 교환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결국 조선이 강제 병합되는 1910년 이후부터, 『한반도(韓半島)』, 『조선공론(朝鮮公論)』, 『조선(朝鮮)』 등의 잡지를 통해 재조일본인들은 조선의 정보를 공유하고, 멀리 떨어져 있는 내지의 문화를 간접 체험하며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속시켜 나가게 된다. 그리고 1937년 중일전쟁을 전후하여, 일본의 ‘내선일체’ 정책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발간된 모던일본 조선판(モダン日本 朝鮮版)은 재조일본인들에 의해 철저히 대상화 된 조선의 이미지를 담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모던일본 조선판의 기사분석을 통해 재조일본인들이 어떻게 조선을 인식하고 있었고, 내지 일본을 향해 어떻게 외지인으로서의 존재감을 높이고자 했는지 파악하고자 하였다. 잡지는 전형적인 대중 교양지의 외양을 띠고 있으며, 동시에 내선일체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정서가 일관되게 관통하고 있다. 신화를 주제로 한반도와 열도의 공동문화권 설정을 주장하기도 하고, 조선과 내지의 다른 도시를 동등하게 대하기를 촉구하며 내선일체의 정신을 강변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조선의 경치와 기생에 관한 극찬을 통해, 당시 일본인들이 가진 조선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편향되어 있는지 확인 할 수 있다. 잡지에서 소개하는 조선은 일본인 우위의 내선일체가 고도로 체화된 살기 좋은 지역이자, 일확천금을 꿈꿀 수 있는 기회의 땅이며, 아름다운 환경과 기생이 존재하는 곳으로 표현될 뿐이다. 재조일본인들의 위상을 높이는 수단으로서 그들의 욕망이 투영된, 잘 통제되어 정돈된 아름다운 모습으로 그려지며, 다가올 시대의 중추적 위치로서 설명된다. 『모던일본 조선판』의 바탕에는 재조일본인들의 이와 같은 욕구가 내재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