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사설시조 속 대담한 여성들을 향한 연구사적 시선을 추적하고 각각의 논리적 근거와 간극을 통찰하는 과정을 통해 사설시조 연구의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해 보고자 한 것이다. 이 문제는 사설시조 속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 이면에, ‘근대(성)’, 조선후기를 바라보는 관점, 문학 연구(고전시가)의 방법론적 접근, 연행/욕망-저항/권력 등 굵직한 문제가 어떻게 연결되어, 학술 담론의 場을 형성해 왔는가를 탐색해 본 것이다.
이처럼 욕망의 기호만을 새기려는 쪽과 저항의 기호까지 새기려는 쪽 간에는, ‘유흥, 통속성, 일상성’과 ‘근대-전 근대’의 관계망에 대한 입장 차이가 복잡하게 얽혀있지만, 연행환경이 갖는 축제의 역할과 기능에서 그 접점 가능성을 찾을 수 있기도 했다. 즉 사설시조가 불린 놀이판은 유흥/향락/소비성뿐만이 아니라, 상하질서를 뒤집는 변혁적 전도가 일어날 때도 있었고, 그 과정에서 공감적 신명풀이로서의 커뮤니타스가 형성될 때도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사설시조 놀이판을 주도한 계층들이, 다른 문화를 향해 개방적이고 유연한 태도를 취했을 가능성마저 고려한다면, 이들에 의해 놀이판으로 소환된 여성들을 ‘타자화 된’ 여성으로만 볼 수 없는 면도 있다.
마지막으로 또 하나 짚고 갈 것은, 사설시조의 여성 담론에서 배제된 또 다른 여성군들-특히 노년 여성과 장애 여성-에 대한 ‘시선’의 부재 문제이다. 진정한 여성문학은, 여성 담론 안에서조차 소외된 타자이자 잉여적 존재들인 이들 여성들의 처지와 감성을 오롯이 보듬어 안을 때에야 오롯이 정립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