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에서 책임원칙은 범죄로 나아간 인간의 행동을 행위자의 ‘자유의지결정’의 산물로서 파악하여 행위자는 적법한 행동을 선택할 수 있었음에도 그가 불법을 선택하여 범죄로 나아간데 대하여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다른 말로 적법행위를 선택할 수 있는 합리적 이성이 있음에도 그가 불법(범죄)으로 나아갔으므로 이러한 불법선택에 대해서는 ‘비난가능’하므로 형벌부과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책임원칙은 국가형벌권행사의 정당성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그런데 이처럼 형벌의 정당성문제와 연결되어 있는 책임원칙의 ‘의사자유’ 표상은 최근 뇌과학 및 인지과학의 발달로부터 현재 도전받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형법의 책임원칙과 유사하게, 인간의 합리적 의사결정을 전제로 하여 효용의 극대화를 창출하고자 하는 학문이 있는데 바로 경제학이다. 그런데 전통적인 주류경제학에서 상정하는 이러한 ‘합리적인 이성을 가진 인간상’이라는 전제는 최근 행동경제학을 중심으로 비판받고 있다. 즉 인간은 매순간 합리적이지 않으며, 다만 ‘제한된 합리성’을 가지고 있을 뿐이어서 때때로 비합리적 선택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이러한 행동경제학의 주장은 ‘휴리스틱’과 다양한 ‘편향프로그램’을 통해 인간이성의 이상현상들(anomales)을 발견하면서 주장되고 있다. 분석된 이러한 이상현상들로부터 인간의 인식체계는 합리적인 이성체계 뿐만 아니라 충동적인 감정체계로 동시에 이루어져 있어서 개인은 때때로 비합리적 선택으로 나아가므로, 국가는 개인이 합리적인 선택을 하도록 다양한 대안들을 직접적으로 강제하는 방식이 아닌, 간접적으로 유도하는 방식으로 개입할 것이 주장된다. 이러한 행동 경제학에서 상정하는 인간의 인식체계와 합리성, 나아가 국가의 새로운 개입주의 모델은 형법의 책임원칙에도 유사하게 적용가능하며, 이로써 범죄에 대응하는 국가의 새로운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