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초 네덜란드로부터 독립해 탄생한 벨기에는 오랜 기간 동안 입법에 대한 사법심사를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1970년대부터 진행된 헌정개혁을 통해 연방국가로 전환되면서 복수의 입법기관이 만든 입법들 간의 충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입법에 대한 사법심사 제도를 도입했다. 이 심사는 1984년 설치된 중재재판소가 담당했다. 처음에는 권한분장 문제에서 출발했지만, 그 후 입법이 헌법상 권리를 침해하는지 여부에 대한 심사권이 인정되었다. 중재재판소는 2007년 헌법재판소로 이름을 변경했다.
여러 복합적인 언어적․문화적 배경을 가지는 벨기에는 헌법재판제도 속에 다양성을 구현하기 위해 여러모로 노력하고 있다. 벨기에 헌법재판소는 12인의 재판관으로 구성되는데, 출신 어권 간, 법률가 출신과 정치인 출신 간, 남녀성별 간의 다양성과 균형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두고 있다. 네덜란드어권 출신과 불어권 출신 재판관을 반반씩 임명하고, 법률가 출신과 전직 의원 출신 재판관도 동수로 유지한다. 법률가 출신 재판관을 선출할 때에도 판사, 헌법연구관, 대학교수와 같은 여러 직역으로부터 고르게 충원되도록 한다. 또 남녀 재판관이 각각 1/3 이상 임명되도록 정하고 있다.
본고에서는 재판소의 구성뿐만 아니라 권한과 결정절차, 그리고 결정의 효력 등을 살펴봄으로써 벨기에 헌법재판제도를 전체적으로 설명하려고 했다.
벨기에 헌법재판제도에는 복합적이고 이질적인 문화적 맥락에 놓여 있는 국가가 어떻게 이 제도를 디자인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벨기에인들의 숙고가 담겨 있다. 다양성의 제도적 보장이 이 숙고의 핵심이다. 벨기에는 다양성을 포용하는 제도를 모색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참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