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J. P. 테일러만큼 역사학계 안팎에서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외교사가는 지금까지 없었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본 논문은 테일러의 두 저작 『제2차 세계대전의 기원』(1961)과 『독일사의 과정: 1815년 이래 독일사의 발전 개관』(1945)을 중심으로 테일러의 근대 유럽 외교사 연구의 관점을 재구성하는데 목표를 두고자 한다. 흔히 외교사 연구는 “한 서기가 다른 서기에 말한 것의 기록에 지나지 않는다”는 편견에 시달리고 있다. 본 논문은 테일러의 이 두 저작을 재구성해 테일러의 1848년 혁명에서 미·소 냉전까지 이르는 근대 유럽 외교사 연구를 관통하는 관점을 정리하고, 이를 통해 외교사에 대한 고정된 관념을 없애는데 도움이 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본 논문은 테일러가 1848년 혁명의 여파 속에서 진행된 독일의 통일이 독일의 팽창을 초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고, 이에 소련과의 협력을 통한 세력 균형 이외에는 독일을 제어할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으며, 이러한 이유로 냉전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했다고 주장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