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강원 출신 작가인 김유정 문학은 혹독하고 참담한 농촌현실을 리얼하게 재현함으로써 문학적 문학사적으로 높게 평가받고 있다. 김유정은 자신의 고향인 춘천 실레마을을 한적하고 조그마하며 귀엽고 안옥한 전원 혹은 벽촌으로 서술하며, 시적으로 생활하는 강원도민의 온정과 순진한 성품을 묘사하였다. 따뜻하고 애착을 지닌 고향의식을 바탕으로 한 1930년대 강원농촌의 삶은 궁핍하고 비참했으며 생계유지를 위해 산나물을 채집하고 외지인이 유입되고 교통 불편과 정보부재와 도박과 금전을 통한 한탕주의와 일확천금이 팽배하였다. 이는 금병산과 주변의 금 개발 등 지형학적 로컬리티와 무관하지 않다. 작중인물은 어리숙하고 고지식한 농군, 폭력과 욕설을 들으며 매춘까지 하는 순종적인 들병이아내로서 극한적이고 극단적인 식민지 농촌의 일상이 제시된다. 또한 덕돌이, 덕만이, 점순이, 이쁜이와 같이 발랄하고 생기 있으며 욕망에 충실한 시골처녀총각들과 따라지, 만무방 같은 막장인생을 그림으로써 식민지농촌의 양가적인 삶의 비의를 드러냈다. 그의 문학에 삽입된 아리랑 민요와 시조, 노래가사는 검열이 심한 사회에서 일제 만행고발과 현실비판 등의 주제의식을 우회적으로 표출할 수 있는 문학적 장치로 작동되었다. 이 시대는 여전히 산제와 같은 풍습이나 기복신앙에 의지하는 전근대성과 식민자본주의 근대성이 공존하였다. 로컬리티가 가장 잘 발현되는 요소는 토착어, 감(청)각어, 구어체, 판소리 재담 등의 문체와 어휘로서 김유정 문학의 특징으로 나타나며, 동식물을 의인화하고 동일시하는 자연친화적인 태도는 로컬리티와 연관된 강원문학의 특질을 이룬다. 로컬에 기반한 김유정 문학은 강원도의 기질과 공유된 역사적 경험과 생활문화의 보고 및 민속과 토착어의 자료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