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오키나와의 여성작가 사키야마 다미의 「수상요람」(2001)을 연구의 대상으로 한다. 사키야마는 데뷔작에서부터 ‘섬’이라는 일관된 주제로 그녀만의 독특한 세계를 구축해왔다. 그러나 ‘섬’이라는 주제와 ‘섬 말’을 사용하는 그녀의 작품은 종종 ‘토착의 표현’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사키야마가 이번에는 지역색이 강한 오키나와 예능을 소설의 모티브로 도입한 「수상요람」을 발표했고, 문단과 독자로부터 아무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본고에서는 「수상요람」이 외면당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라는 의문에서 출발하여, 사키야마문학에 있어서 「수상요람」의 의미와 위치를 정립해 보고자 했다. 먼저 데뷔작에서부터 사키야마의 소설에서 ‘섬’이라는 문학적 주제는 어떠한 변용을 거듭해 왔는지 살펴보고, 특히 「수상요람」에서는 ‘섬’을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고찰했다. 「수상요람」은 소설 속의 연극무대라는 이중구조를 취하고 있다. Y가 기획한 연극은 ‘섬’ 전체가 연극의 무대가 되고, ‘나’는 배우로서 연기를 하는 것이다. ‘나’가 소환하는 기억과 ‘섬’에서의 몽환적인 체험은 오키나와의 예능을 전경화하는 것이 아니라, ‘섬’이라는 무대 위에서 ‘나’가 연기해야 할 내용에 대한 암시로 작용하고 있다. 소설 속의 연극이 본격적인 무대가 펼쳐지기 직전에 막을 내리는 전도극이었던 것처럼, 소설은 ‘섬’의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한 것인가라는 의문에 대해서는 해답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후에 펼쳐질 ‘나’의 연기는 독자의 상상력에 맡긴 채 소설도 함께 끝나는 이러한 이중구조야말로 사키야마가 「수상요람」에서 ‘섬’을 이야기하는 문학적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