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에서는 일본의 전전(戦前)문학에 나타난 ‘비혼 여성’으로 한정하여 당시의 ‘비혼’은 어떻게 나타나고 수용되어 갔는지를 여성작가들의 작품들을 중심으로 비교분석했다. 다무라 도시코의단념(1911)과 요시야 노부코의 다락방의 두 처녀(1920)를 주요 텍스트로 하였다. 두 작품에서 주인공들은 여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전문학교)에 다니는 여성들로 근대식 교육과 문화 등에도 익숙하다. 또한 그들은 공통적으로 금남의 공간(학교, 기숙사)을 통해서 동성들과 친밀한 유대관계를 형성해 간다. 이들은 당시 여학생들 사이에 유행했던 소녀문화도 공유했을 것이며 ‘신여성’의 활약도 목격하고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추론할 수 있다. 당시의 여성들은 ‘현모양처’의 역할만이 존재의 이유로 훈육 받아왔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근대교육을 받고서 ‘자아’를 획득한 두 작품 속 주인공들은 ‘현모양처’의 규격화된 삶에 저항하는 행보를 보인다. 아울러 그들은 공동체(학교, 기숙사)를 통해서 동성애적 관계에 열중해 가는 것이다. 그러나단념도미에가 ‘오규노’라는 가문을 지키기 위해 도쿄에서의 인연과 자신의 꿈을 단념하고 귀향하는 것과는 달리 ‘다락방의 두 처녀’는 서로의 연대를 공고히 하며 정든 다락방을 떠나 둘이서 함께할 “새로운 운명”을 받아들인다. 이처럼 주인공들은 각각의 이유로 개혼사회 속에서 이성애 결혼이라는 평범한 생애과정을 거절하며 ‘비혼’으로 자립해 가려는 의지를 내보인다. 결혼하지 않은 여성은 시민권조차 획득하기 어려웠던 일본전전기에 ‘비혼’은 낯선 이질적인 문화라 할 수 있으며 ‘비혼’이란 파격적인 삶을 선택하게 되는 주인공들은 전통과 제도적 권위에 저항하는 ‘이단자’임에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