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열악한 문화하부구조로 인해 자체 제작 능력을 갖추지 못했던 시절 문화적 유사성을 공유하고 있는 한국의 대중문화를 쉽게 수용함으로써 자국민의 문화 욕구를 충족시켰다. 2000년대 초반까지 중국 내 한류를 대표했던 드라마는 중국인들의 일방적 수용과 이에 따른 반감을 형성한 바 있으나 이후에도 K-pop 등 한국 대중문화 전반으로 한류의 인기는 확산되어왔다. 이 가운데 TV 예능 프로그램은 가장 최근 중국 내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한류에 속한다. 그러나 TV 예능프로그램은 처음부터 원본이 아닌 포맷 수출 형태로 중국 수용자에게 전달되었다는 점에서 중국 내 초기 한류와 구별된다. 또한 중국 당국이 예능프로그램 포맷 수입이라는 규제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을 때, 그 대안으로 한・중 합작의 길을 모색함으로써 새로운 개념의 한류를 이어갈 수 있게 만들었다. 한국 제작진의 지도와 적극적 참여 아래 중국에서 제작을 담당하는 한・중 합작 형태는 한류의 미래지향적이고도 새로운 모형이다. 지난 시절 한류가 일방향적 전달 및 수용이라는 측면에서 한국인의 자부심을 강조하는 다분히 한국 중심적 사고에 의한 것이었다면, 오늘날의 한・중 합작 형태는 국가 간 문화 교류에 있어 가장 바람직한 쌍방향 소통의 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내 한・중 합작 예능 프로그램 모델은 향후 지속적 한류 성장이라는 고민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보여준다. 한류가 산업과 국익 차원에서 일방향적 수출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양국의 윈・윈 전략을 고심하는 장기적 전략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한 암시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한・중 합작 예능 프로그램 모델을 통해 향후 한・중 양국이 정치・외교 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넘어서고 문화 교류에 이바지할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