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세기에 당과 일본에 이주했던 ‘신라인 디아스포라’의 중심에 장보고로 대표되는 新羅商이 있었듯이, 오늘날 21세기에 전세계에 분포해 있는 ‘한인 디아스포라’(재외한인, 재외동포)의 중심에는 韓商이 있다고 할 수 있다. 1200년이라는 세월 간극이 가로 놓여져 있지만 9세기와 21세기는 공통점도 있다.
먼저 9세기는 동아시아의 바다가 활짝 열리고 문물교류가 활기차게 이루어지던 개방의 시대였다. 바닷길은 동아시아를 넘어 동남아, 인도, 아라비아, 유럽으로 이어지는 ‘해양실크로드’로 확대되고 있었다. 한편 그 직전인 7세기 후반에는 삼국통일전쟁에서 동아시아대전으로 확전되는 전쟁의 대참상이 전개되었고, 그 와중에서 대규모의 이주가 발생하여 9세기에 당과 일본에서 ‘신라인 디아스포라’가 큰 규모로 형성되는 배경이 되었다. 장보고는 9세기 개방의 시대에 당과 일본에서 상당한 경제적 위상을 확보해 가고 있던 ‘신라인 디아스포라’에 주목하여 그들을 결집하고 활용하여 큰 성공을 일구었던 것이다.
21세기는 ‘글로벌시대’라 칭해지듯이 더 큰 개방의 시대이다. 그런데 그 직전 20세기에는 국권 상실의 아픔과 세계대전의 축소판이라 할 6.25전쟁이 한반도를 강타하는 참당한 상황을 겪어야 했다. 그 와중에서 ‘한인 디아스포라’의 근간이 되는 대규모 해외 이주가 발생하였다. 21세기 글로벌 개방의 시대에 대한민국은 세계 10대 강국의 반열에 오르내리고 있고, 전세계에서 ‘한인 디아스포라’도 크게 성장하여 나름의 위세를 떨치고 있다. 그리고 ‘21세기의 장보고들’인 한상들은 모국 대한민국 정부와 함께 ‘한인 디아스포라’를 한민족 공동체로 결집하면서 상생과 공영의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9세기 장보고가 구사했던 ‘신라인 디아스포라’의 결집과 활용이라는 역사적 경험이 21세기 이 시점에 소중하게 다가오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