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의 목적은 번역어의 선택과 외래 사상의 토착화 사이에 어떤 유기적인 관계가 있는지를 분석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한국어 번역 성경에서 확인되는 직분 용어의 변천을 고찰하여 개신교 성경의 언어적 토착화의 실재를 규명하는 것이다.
개신교 번역 성경은 한글의 역사가 시작된 중세국어 시기부터 있어온 문헌이 아니다. 불경이나 유학서 언해처럼 국가 기관에서 그 간행을 주관한 적도 없는 간행물이다. 또, 불교나 유교처럼 기독교가 우리 민족의 전통적 이념이었거나 정치 체계를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적도 없었다. 그래서 개신교 번역서가 불경이나 유학서만큼 정제되고, 우리의 어문 생활에 영향력이 있는 텍스트가 아닐 것이라는 편견이 있다. 그래서 그간 국어사, 혹은 국어학적 연구에서 개신교 성경 텍스트가 상대적으로 많이 다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 역사에서 한국어 번역 성경 이전에 그만큼 국문 사용을 활성화시킨 텍스트가 있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또, 우리 스스로 한국어문법의 체계를 잡기도 전에 서양 선교사들에 의해 조선어 문법서가 나왔고, 선교사들이 자신들의 조선어 공부를 위해 이중어 사전까지 편찬했다는 사실을 상기해보자. 이 사실들을 부정할 수 없다면, 그들이 가장 오랜 시간 정성을 쏟아 집필한 가장 방대한 양의 자료인 한국어 번역 성경을 국어사 연구에서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본 연구에서 고찰하는‘목사, 장로, 집사’는 현재 개신교 교회에서, 마치 개신교 전문 용어인 것처럼 쓰이고 있는 항존 직분 용어이지만 이 용어들은 모두 이미 우리의 전통적 체제안에서 사용되고 있었던 용어들이었다. 따라서 본 연구는 기독교의 직분 용어에 대한 연구이자 우리의 전통 용어에 대한 국어사적 연구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