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노코 작품에 대한 평가를 살펴보고자 했을 때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작품 발표 당시는 물론 현재에 이르기까지 가노코의 작품들이 논해질 때 가장 주목받아온 대상이 다름 아닌 가노코 자신이라는 점이다. 이는 가노코의 대담하고 화려한 사생활과 무관치 않다. 파격적인 사생활 때문에 가노코는 ‘남자들 사이에서 군림한’ 여성이라는 이미지와 더불어 당시 일본사회 가부장제의 틀과 관습에 도전하고자 한 저항적인 인물로서 묘사되곤 한다. 이러한 경향 탓에 정작 가노코의 작품은 주로 작가의 성향, 사생활, 가노코 가족들의 증언들과 결부되어 평가받았다. 특히 작품의 주인공인 여성 화자의 경우 가노코의 분신 혹은 가노코의 어느 한 측면을 반영하고 있는 대리자로서 파악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며, 캐릭터 그 자체로서 평가받는 일은 드물었다. 본고에서는 가노코 작품 연구에서 나타나는 위와 같은 일률적인 성향을 극복하기 위한 시도로서, 가노코 작품의 여성상을 가노코의 분신, 대리자가 아닌 그 자체로서 살펴보고 현재적인 시점에서 그것들이 시사하는 바를 다시금 고찰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