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매」는 극예술연구회 제11회 정기공연작이었다. 1936년 신방침을 제창하고 선도했던 유치진은 「자매」를 통해 대극장 공연과, 창작극 위주 공연, 그리고 대규모 관객 동원을 기획했고, 이러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3막의 장막극 「자매」를 창작하고 연출했다. 이 과정에서 「자매」의 무대 디자인을 김일영이 맡게 되었는데, 김일영은 공연 장소와 작품 해석을 감안하여 ‘단면(斷面)’을 드러낼 수 있는 무대 디자인을 선보였다. 김일영은 부민관의 대극장 구조와 고택을 둘러싼 비밀과 내면의 폭로라는 작품 이해를 앞세워서, 무대 전체가 관객들에게 무리 없이 관람되면서도, 등장인물의 내면과 시대상을 드러낼 수 있는 효과적인 장치를 갖춘 무대 디자인에 도전했다. 이러한 김일영의 실험과 모색은 「자매」 공연을 둘러싼 무대 디자인, 연습 사진, 그리고 실제 장면 사진 등에서 그 편린을 찾을 수 있다. 「자매」는 희곡(사)적으로 거의 주목받지 못했고 극예술연구회 공연에서도 이렇다 할 평가를 끌어내지 못하는 정기공연이었지만, 무대 디자인과 이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공연 미학적 관점에서는 1936년 공표된 극예술연구회의 신방침뿐만 아니라 제2기 공연 활동의 성과를 뚜렷하게 알려주는 작품으로 평가될 수 있다. 「자매」의 공연 의의가 상당하다는 점에서, 이 작품에 대한 추후 관련 연구를 기대해 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