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로망-데시네’라는 만화의 한 장르는 1947년부터 연애잡지의 등장과 함께 나타났다. 몇 백만부씩 팔리던 연애잡지의 대표적 장르로 4-5년간 전성기를 누리다 그 지위를 로망-포토에게 넘겨준 후 서서히 쇠퇴했고, 1969년 이후로 자취를 감췄다.
이 연구는 로망-데시네가 사라진 이유가 만화형식이 수행할 수 없는, 영화의 대체물로 기능하기를 요구받았기 때문이라는 가설에서 출발한다. 이를 논증하기 위해 우선 로망-데시네의 갑작스러운 등장과 내세웠던 목표 그리고 그 특성을 알아본다. 로망-데시네는 ‘종이위의 영화’를 지향했고, 등장인물에 대한 시각적 표현방식과 스토리의 스타일로 볼 때 사실상 독자들에게 할리우드 연애 멜로영화의 대체물로써 기능했다고 볼 수 있다.
로망-데시네의 이러한 역할은, 실제 사진을 기반으로 하는 로망-포토가 등장하자 로망-포토로 옮겨갔다. 사진이 지닌 핍진성이 시각적으로 영화와 더 가깝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1960년대 초에 이르면 연애잡지가 쇠락하며 장르로서의 로망-데시네와 로망-포토 역시 쇠락하게 된다. 로망-데시네는 사라진 반면, 로망-포토는 장르의 규칙에서 벗어나 사진을 활용하는 만화의 한 유형으로 자리 잡게 된다.
이 연구를 통해, 만화라는 표현형식에 적절하지 않은 목표를 추구한 결과를 파악하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과도한 기술적 결합 시도에 대한 재고의 필요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