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에 사진은 마침내 미술의 세계까지 접수하며 이미지의 세계를 전 방위에 구축했다. 수잔 손택의 『사진에 관하여』(1977)는 이 미증유의 변화를 성찰한 최초의 텍스트로서, 그동안 유럽에서 개진되었던 사진 이론을 발전시켜 미국에서 곧 도래할 포스트모더니즘 사진 이론의 토대를 깐 선구적 저작이다. 이 논문은 사진에 대한 반성적 사유의 역사에서 뚜렷이 독보적 업적을 남겼음에도, 국내에서는 이제껏 학술적 주목을 받지 못한 수잔 손택의 사진론을 탐구한다. 시기상 사진 이론의 역사에서 발터 벤야민 및 전기의 롤랑 바르트(『신화론』) 다음, 그리고 후기의 롤랑 바르트(『밝은 방』) 직전에 위치하는 수잔 손택의 『사진에 관하여』를 분석하여, 손택의 사진론에 벤야민과 바르트의 사진론이 미친 복합적인 영향 관계와 수용 및 비판의 측면들을 밝혀내고, 이를 바탕으로 손택의 위치를 벤야민과 바르트 사이로 제시한다. 끝으로, 약 30년 후 나온 『타인의 고통』(2003)을 분석하여, 손택은 『사진에 관하여』의 회의주의(사진의 마비 효과)를 일반적 이해와 달리 폐기한 것이 아니라 유지했으며, 그러면서도 사진만이 고통에 찬 현실에 대해 생각과 행동을 촉구하는 유일한 이미지가 될 수 있음을 인정했고, 이것이 두 책 사이의 변화임을 정확하게 규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