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 4 자율주행차는 레벨 3 자율주행차에 비해서 고도화된 기술을 탑재하고 있으나, 네트워크와 도로가 완벽하게 갖추어진 지역에서만 운행이 가능해서 운행지역이 제한적이라는 특성이 있다. 레벨 3 자율주행차에는 인간 운전자가 탑승하고 인간 운전자에게 비상시 개입의무도 인정되기 때문에 현행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체계 내에서 운전자에게 운행자책임을 지우는 것이 가능하고, 이것을 매개로 해서 자동차보험 단일보험으로 피해를 보상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레벨 4 자율주행차에 대해서는 책임법제와 보험법제를 대폭 수정할 필요가 있다. 자동차 제조사, 소프트웨어 개발사, 네트워크 관리자, 도로관리자 등 다양한 책임주체가 등장하는데, 그 중에서 가장 주축이 되는 책임주체는 자동차 제조사이고, 보험은 자동차 보험이 아니라 제조물 책임보험을 포함한 광의의 책임보험이 주축이 될 것이다.
책임법제를 설계하는 구체적인 방식으로는 영미의 ADSE 방식이나 ADP 방식과 독일의 의제적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우리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은 영미와 달리 준(準)무과실책임주의에 입각하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영미식의 방식을 채택해야 할 필요는 없고, 독일식도 가능하다. 그러나 자율주행시스템이 고도화될수록 독일의 의제적 방식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구체적으로 어떠한 방식을 취할지에 대해서는 레벨 4 기술개발과 운행방식에 관한 추이와 세계적인 입법 추이를 좀 더 지켜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
그보다는 레벨 4 자율주행차 사고에 대한 제조물 책임과 제조물 책임법제를 명확히 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 현행 제조물 책임법의 해석론에 의해서도 제조사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법적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서 제조물 책임법을 개정하거나 특별법을 제정하여 레벨 4 자율주행차 사고에 대한 차량제조사의 책임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자율주행시스템을 제조사가 주도적으로 개발했는지 여부, 차체부품과 자율주행시스템을 조달받은 경우 당해 회사 간의 계약의 내용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사고유형별 네트워크 관리자와 도로관리자의 책임 등 구체적인 사안별로 책임의 주체와 범위를 명확히 하는 입법이 필요하고, 그 책임을 보험을 통해서 처리할 수 있도록 적합한 보험의 개발이 요구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