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상 배임죄는 그 규정의 추상성, 포괄성으로 인해 확대 적용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에 배임죄를 비윤리적 경영행위를 처벌하는 포괄구성요건으로 리모델링하는 작업은 중지되어야 한다는 비판론도 있다. 그러나 형법의 단편성을 인정하더라도 공동체 생활의 필수 근본가치를 보호하고 불법에 대해 정당한 법을 실현하는 작업은 필요하다. 법적 사태간의 자의적 차별이 존재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양사의 합병에 관여한 S물산과 C모직의 이사들도 기본적으로 각 회사의 사무처리자로서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
상사법의 강화에도 불구하고 이익충돌의 위험이 큰 거래인 계열회사 사이의 내부거래나 합병이 우리나라에서 아직 폭넓게 행해지는 것은 이익충돌에 대한 법적 규제나 시장의 압력이 모두 약하기 때문이라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S물산과 C모직의 합병에서도 이 점은 여실히 드러났다. 자본시장법의 기계적 합병비율 규정을 준수한다면 조직력을 동원한 이익충돌거래를 방지할 수 없는 것이다. 기업의 지배구조 개편과 승계를 앞에 자본시장법의 무력함이 드러났다.
피합병회사인 S물산 이사들의 배임행위 유무 판단에 있어 핵심은 자본시장법상 합병기준을 준수하였다면 그리고 상법상 자기주식처분의 규정을 준수하기만 하였다면 형법상 배임행위도 부정되는가에 있다. 생각건대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이 중대한 경우, 예컨대 상법 규정의 목적과 내용에 비추어 그러한 규정의 존재 취지를 잠탈하고 형해화시킨 경우, 특히 이해충돌적 거래에 있어 이사의 신인의무 위반이 있고 그러한 의무위반이 회사법상 자본유지원칙에 반하는 손해를 유발하며 절차상·내용상 공정성을 훼손하는 것이라면 형법상 배임행위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피합병회사인 S물산의 이사들은 불공정한 합병비율을 적용함으로써 우리 회사법의 기본정신인 자본유지원칙에 반하여 존속회사가 발행할 신주총수가 감소하도록 하였으며 존속회사가 이 감소분만큼 유지보존하여야 할 재산을 감소시켰다. 그 결과 자본유지원칙에 반하는 소극적인 손해가 발생하였다. 또한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를 회피하기 위해 자기주식을 처분함으로써 주식회사의 의사결정 원칙의 근본을 훼손하였다. 그렇다면 피합병회사의 이사들은 회사법상 중대한 충실의무 위반행위를 하였으며 배임행위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