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1773년부터 1805년 사이 인도의 캘커타가 “다인종 상업도시(multi racial-corporate city)”에서 “식민도시(colonial city)”로 변모하며 영국 식민통치의 성격이 크게 변화하던 시기에 인도와 영국의 화가들이 당시 영국인 남성 후원자를 그린 방식에 대해 분석하였다.
인도인 화가들이 남긴 영국 남성의 초상화는 대부분 전형적인 무굴 초상화 양식을 따르고 있어 강력한 왕권과 이에 기댄 후원자의 권력을 상징하였다. 그러나 인도인 화가들이 18세기말부터 ‘회사양식 회화’를 생산하는 장인으로 지위가 격하되면서 영국인의 초상보다 여러 직업이나 카스트 등 인도인의 다양한 유형을 그리며 제국의 분류체계를 시각화하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이에 반해 유럽인 화가들이 남긴 초상화는 그 대상의 지위와 성향을 부각시키며 관객, 즉 인도인과 인도에 거주하는 영국인들에게 영국 통치가 지향하는 모습을 인식시키고자 하였다. 또한 18세기말 인도에서 특히 유행하였던 가족 초상화는 낯선 환경에서 인도인들에게 둘러싸여 있어도 영국적인 가정생활을 모방하며 영위하는 영국인 가장과 그 가족을 그리고 있다. 이런 회화는 인도뿐 아니라 본국의 관객도 염두에 두며 인도 생활의 정상성(normality)과 함께 인도를 지배하는 본인들의 특수한 상황도 부각하였다. 결국 인도에 대한 태도가 협조에서 지배로 빠르게 변화하였던 시기, 남성 후원자 초상의 변화로 영국 식민통치가 어떤 모습을 모방하며 지향하였는지 알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