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안 밀러(Lilian May Miller, 1895-1943)는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1920년대 한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활동한 미국인 작가이다. 일본의 가노 토모노부(加能友信, 1843-1912)와 시마다 보쿠센(島田墨仙, 1867-1943) 문하에서 일본화를 수련하였고, 미국인 목판화가 버사 럼(Bertha Lum, 1869-1954)에게 목판화 제작방식을 익혔다. 작품의 주소재는 한국이었고, 한국 풍속과 풍경을 그린 작가로 명성을 알렸다.
동양을 중심으로 활동한 서양인 목판화가들의 영향으로 목판화 제작을 시작한 밀러는 1920년부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전개하였다. 목판화는 판매를 주목적으로 하였으며, 상업적 성격이 강하였다. 구매자들의 취향을 의식하여 수요가 많고 인기 있는 도상의 반복적 사용이라는 제작 틀 안에서 목판화를 생산하였다. 농촌 배경의 전근대적인 한국인의 모습과 풍속이 작품의 주소재가 되었고, 이렇게 제작된 한국소재 풍속목판화는 한국과 일본, 중국, 미국 등 여러 국가에서 유통되어 수천 점이 판매 되었다.
한국 내 작품 유통망은 주한 외국인들과의 교유관계를 기반으로 구축되었다. 밀러는 서울유니온구락부와 서울구락부 내 사교활동을 통해 테일러(Taylor) 일가와 같은 주한 외국인들과 교유 관계를 맺었고 작품 판매 및 홍보의 기회를 얻었다. 한국과 중국 등지의 테일러 골동점에서 작품을 유통하는 등 판로를 확장하였다. 또한, 영국왕립아시아학회 한국지부의 회원으로 활동하여 한국미술에 대한 글의 집필 기회를 얻었으며 서울유니온구락부 여성회 목판화 강연자로 초청되는 등 다방면으로 주한 외국인들의 후원을 받았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 글은 릴리안 밀러 연구에서 누락되었던 작품 유통 관련 새로운 자료를 발굴하여 정리하고 1920년대 활동을 재조명하여 미진했던 연구를 보완하고 작품세계를 조명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