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초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예술사진 활동은 사진단체와 공모전 제도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으며, 그중에서도 1964년 제13회부터 시작된 《대한민국미술전람회》의 사진부문은 1960~1970년대 한국사진에서 신인 사진가들의 가장 권위 있는 등용문으로서 존재했다. 그동안 국전은 공모전이라는 제도 자체에 대한 가치절하와 리얼리즘 위주의 담론 속에서 거의 주목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1960년대 국전의 출품작에서는 당대에 존재하던 다양한 사진들이 경쟁하고 있었다.
본고는 이러한 국전 출품작의 분포를 1960년대 한국 예술사진의 지형을 보여주는 공식적인 지표로서 파악하고, 그 속에서 한국사진의 한 축을 이루었던 ‘조형적’ 경향 이라 불렸던 모더니즘 계열의 작품에 주목한다. 특히 이들 작품 중에는 당대 미술에서의 추상의 경향과 연동하는 화면의 추상화 및 패턴화를 비롯해, 흔들린 화면이나 장노출에 의한 운동감, 시간성의 표현, 중간톤의 생략과 강한 흑백의 대비에 의한 구성, 몽타주, 네거티브/포지티브의 전도, 라인톤프로세스 등과 같은 실험적인 경향이 나타난다.
이러한 형식적 경향은 바로 1940년대 말 독일에서 시작되어 1950년대 유럽 예술사진의 주요한 흐름이 된 ‘주관적 사진(Subjektive Fotografie)’에서 부각된 형식적 특징과 일치한다. 주관적 사진은 모홀리 나기, 헤르베르트 바이어, 만 레이 등 1920년대 아방가르드의 사진적 실험을 전후에 다시 주목하면서, 사진의 기계적 기록성과 객관성에 기대어 대상의 사실적인 묘사에 치중해온 응용사진 및 다큐멘터리 사진의 대안으로 사진가의 주관성, 창조성의 표현을 지향했다. 특히 사진매체의 속성을 객관적 재현으로 한정하는 것에 반대하면서, 사진매체의 다양한 기법적 실험을 통해 사진 이미지의 자율성을 추구했다. 한국 사진계에는 일본을 통해 1950년대 후반에 소개되었고, 1960년대에 부상하는 모더니즘 사진에 있어 단순히 형식이나 스타일 차원의 수용에 그치지 않고, 담론적으로도 중요한 배경을 형성하고 있었다. 특히 기록성만을 사진의 본질로 삼았던 당시 리얼리즘 사진에 대한 대항 담론으로서의 핵심적인 논리를 제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