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충남 홍성군 홍동면 여성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친밀과 돌봄 기반의 공동체적 활동이 가부장제 맥락을 벗어나 생성적 차이를 낼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음을 고찰한 논의이다. 그 동안 지역공동체 내 여성의 돌봄활동에 관한 연구는 돌봄의 공적 영역으로의 확대를 통한 돌봄의 사회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이것이 또 다시 젠더화된 노동을 지역사회로 확장함으로써 가부장제를 재생산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논의가 주를 이루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돌봄활동에서 나타나는 여성의 주체적 행위자성을 부각하고, 돌봄실천이 가부장제에 균열을 가하는 여성주의적 저항의 단초가 될 수 있음을 포착하고자 했다. 본문은 크게 네 영역(section)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는 친밀한 장소만들기 전략이 갖는 여성주의적 함의이다. 여성을 위한 친밀한 장소를 만드는 과정은 농촌의 지배적인 가부장적 장소성에 균열을 가하는 여성의 행위자성을 보여주고 있다. 둘째는 교육돌봄, 노인돌봄, 상 호돌봄 기반의 공동체적 활동과 그 의미를 살폈다. 이러한 활동은 가정 내 위계화된 돌봄노동이 그대로 재현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생활정치의 장을 형성하고, 남성을 돌봄의 파트너로 참여시켜, 돌봄을 남성도 함께 해야 한다는 대항담론을 제시하고 있다. 셋째는 요리와 음식을 통한 토착지식을 활용해 경제적 커뮤니티를 결성하여 근대 자본주의 가부장제가 기획한 위계화된 젠더규범에 어떻게 균열을 가하는지, 그리고 잉여와 화폐 가치에 우선한 자본주의적 방식을 벗어나 어떻게 비자본주의적 공동체 경제를 그리는지를 보았다. 마지막으로 여성들간에 다양한 목소리와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살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여성들 사이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여성을 단일한 여성정체성을 지닌 존재로 범주화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들간의 차이의 정치를 인정하면서 대화하게 하는 민주주의 정치학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페미니즘 돌봄 윤리는 생물학적 돌봄 능력을 여성에게 덧씌우려는 가부장적 억압 기제를 걷어내고, 돌봄실천을 여성주의적 저항의 울림으로 이어지게 하는 정치적 기획이 되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