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은 항상 딜레마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 딜레마 상황을 제대로 해결하는 것이 법조현실에서는 중요하다. 법조윤리의 중요한 한 축이다. 딜레마 상황은 기본적으로 버릴 수 없는 두 개의 의무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경우, 즉 합법적이고 정당한 두 의무가 충돌하는 경우다. 구체적인 의무의 충돌로는 변호사 의무와 시민 의무의 충돌, 성실의무와 진실의무의 충돌, 성실의무 내부의 충돌, 진실의무 내부의 충돌, 비밀유지의무 내부의 충돌, 판사· 검사의 의무와 시민의 권리·의무의 충돌, 직역간 의무의 충돌, 직역 이동시 의무의 충돌 등이 있다. 이글에서 정리한 딜레마 상황은 주로 교과서 사례이지만 현실에서 실제 발생한 사례들을 가공한 것이므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딜레마 상황은 딜레마 상황이 아닌 경우와 구분되어야 하는데 그 기준은 바로 의무의 충돌인가 아닌가이다. 세무신고를 거짓 없이 하는 것은 의무의 충돌이 아니므로 딜레마 상황이 아니다. 의무의 충돌이 아닌 경우를 제외해야 딜레마 상황이 주는 윤리적 함의를 파악할 수 있다. 딜레마 상황은 합법적이고 정당한 의무의 충돌이므로 한쪽의 의무를 일방적으로 우선시하는 단일 기준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단일 기준으로 해결하려면 개인의 정체성이 분열되고 사법시스템은 불신을 받는다.
딜레마 상황의 해결을 위해서는 윤리적 함의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그 윤리적 함의는 양극단을 배제하는 중도의 중요성, 그리고 규칙만 지키면 행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규칙의 중요성이다. 중도는 중간이 아니며 기계적 중립성도 아니다. 양극단을 배제하면서 의무의 상호의존성, 연기성을 이해하고 반영하는 것이다. 규칙의 중요성은 행동의 자유를 보장한다. 다만 규칙만 강조하면 윤리가 하향평준화된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딜레마 상황의 해결을 위한 원칙으로는 신뢰의 원칙, 최소 침해 원칙, 관용과 자제의 윤리를 생각할 수 있다. 신뢰의 원칙은 하나의 의무만 다하면 다른 의무를 돌보지 않아도 되는 원칙으로 규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규칙만 지키면 행동의 자유를 보장한다. 최소 침해 원칙은 하나의 행동이 몰고 올 여러 효과 중 침해를 최소화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상호의존성, 복잡성이 높아진 현대 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한 원칙이다. 하지만 너무 피상적인 것은 피할 수 없다. 신뢰의 원칙과 최소 침해 원칙을 뒷받침하는 것은 관용과 자제의 윤리다. 관용은 상대방의 이익과 의견을 인정하고 나아가 상대방을 하나의 인간으로 존중하는 것을 말한다. 또한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점 역시 인정한다. 자제는 권한과 권리의 주장이 팽배한 현대 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한 윤리다. 모든 권한과 권리의 경계는 모호하기 때문에 권한 행사, 권리 주장에는 갈등이 따라올 수 있다. 권한과 권리 행사를 평화적으로 하려면 자제의 규범이 필요하다. 결국 딜레마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규칙을 중시하며(신뢰의 원칙), 행동 원칙으로는 상대방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고(최소 침해 원칙), 나아가 관용과 자제로 상대방을 대하고 권한과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필요하다(관용과 자제의 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