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과 모자보건법을 비롯한 현행규범은 원칙적으로 생명을 보호하되, 의학적·윤리적 고려를 통해 임산부의 생명 등을 보호하기 위한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최근의 헌법재판소 결정은 이러한 이익형량의 구조의 연장선상에서 인권적 고려를 통해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 간 법익균형을 도모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결정은 이익형량의 구조 위에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강화시킨 현행법규범의 수정본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한편, 헌법재판소의 단순위헌의견의 경우, 급진주의 페미니즘의 사유에 힘입어 임신 제1삼분기 내 무조건적인 낙태를 허용하기까지에 이르렀다. 이러한 규범체계 앞에서 가톨릭은 인간 생명의 신성성을 근거로 생명을 그 발생 단계에 따른 차별 없이 절대적으로 보호할 것을 주장하며, 태아의 생명이 지닌 가치에 대한 이익형량의 금지를 요청하고 있다.
이 글은 낙태죄에 대한 허용한계가 확장되는 방향으로의 형법개정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 속에서 낙태죄의 존재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입장, 특히 가톨릭 교리의 관점에서 현행규범, 헌법재판소 결정 그리고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입장의 논리구조와 그 특징을 살펴보고, 비판하고자 한다. 낙태죄에 대한 가톨릭 관점의 해석은, 자유의 이름으로 행하는 행동들이 오히려 자유의 준거를 흔들고 있음에도 이를 은폐함으로써 권력을 재상산하는 입장을 비판하며, 생명의 침해를 죄로 인정하는 것을 통해서만 다시금 그 규범적 토대를 공고히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가톨릭적 해석의 중심에는 죄의 인정과 그에 대한 용서를 통한 성찰과 자율이 자리 잡고 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