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쇼데를로 드 라클로가 쓴 서간체소설 『위험한 관계』(1782), 이 원작을 재탄생시키는데 공헌한 1980년대 할리우드 각색영화, 스티븐 프리어스가 각색한 〈위험한 관계〉(1988)와 밀로스 포만이 각색한 〈발몽〉(1989), 그리고 21세기 한류 혼종적 문화상품으로 각색된 이재용의 〈스캔들: 조선남녀상열지사〉(2003)와 허진호의 〈위험한 관계〉(2012)에 대한 상호읽기를 각색연구, 한류연구, 그리고 이 연구들의 핵심 개념인 혼종성 논의를 통해 전개한다.
18세기말 대표적인 리베르탱 소설 『위험한 관계는 억압적 체제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정신의 해방을 위한 투쟁이라는 “리베리티나주”의 종말을 다룸으로써 서구의 근대 주체성을 탐구한 소설로 성과가 높이 평가된다. 그러나 라클로는 강력한 여성 리베르탱을 창조했지만, 남성 리베르탱의 헤게모니적 남성성에 기초한 근대 남성 주체성 탐구를 위해 여성 리베르탱을 사라지는 중재자로 배제시킨다. 1980년대 두 할리우드 각색영화, 프리어스의 〈위험한 관계〉와 포먼의 〈발몽〉은 원작에 대한 다시-보기를 통해 근대 주체성 탐구에서 배제된 여성 주체성을 차이로 원작에 기입한 각색으로 원작의 재탄생에 공헌을 한다.
이재용의 〈스캔들〉과 허진호의 〈위험한 관계〉는 서구 근대성을 탐구하는 원전과 서구 근대 여성 주체성 논의로 다시-보기를 한 두 할리우드 각색영화들을 각색하는 과정에서 혼종의 공간을 창출하여 새로운 사유방식으로 차이를 기입함으로써 아시아 근대 주체성과 아시아 근대 여성 주체성 탐구를 시도한다. 혼종화의 전복적 정치성을 구현함으로써 한국 각색영화들은 서구 텍스트에서 희생자로 주변화된 여자를 각색한 두 아시아 여자들을 통해 서구 텍스트들이 시도하지 못한 미래로의 열림을 향한 탈주와 진정한 리베르티나주의 완성과 아시아 근대적 주체성을 탐구하는데 성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