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 풀러는 1951년에 할리우드 영화감독으로는 최초로 한국전쟁에 관한 영화를 만들었다. 본 연구는 그 중 그가 만든 첫 두 편의 한국전쟁 영화인 〈철모〉와〈총검장착〉의 독특한 공간 구성을 살펴보며 이러한 시각적 공간이 인물의 내면 및 그들이 처한 문제를 어떻게 비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미국이 한국전에 참전한 직후이자 매카시즘의 반공주의가 미국 사회 전역을 휩쓸던 시기에, 미국 정부는 영화계에 참전에 대한 지지와 군인의 사기를 진작하는 작품을 생산할 것을 노골적으로 장려하였다. 그러나 풀러는 이러한 당시 사회의 분위기 속에서도 전쟁 현장의 사실적이고 비판적 묘사에 중점을 둔 영화를 만든다. 특히 그는 당시 여타의 전쟁영화에서 사실주의를 표방하며 종종 보여주던 광활한 전장의 스펙터클을 재현하는 데에는 관심이 없으며, 오히려 전쟁영화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폐소공포를 불러일으키는 협소한 공간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철모〉는 소수의 낙오된 미군들이 찾아든 빈 불교 사원에서 대부분의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으며 〈총검장착〉은 최전방 산악지대에 고립된 군인들이 은신하고 있는 동굴이 이야기의 주 무대가 된다. 본 논문은 이처럼 고유한 공간 창출을 통해 풀러는 이 전쟁에서 군인들이 처한 물리적 상황뿐만 아니라, 극심한 심리적 압박감을 겪고 있는 그들의 내면을 상징적으로 그리고자 하며, 이러한 풀러 영화의 비유적 공간을 연구함으로써 그의 독특한 미학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에 도달할 수 있음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