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법률행위의 취소를 비롯한 북한 민법의 취소제도에 대해 그 성격과 특징을 살펴봄으로써 북한 민법상 취소제도의 정체성을 밝히고, 이를 토대로 우리 민법과 비교하고 나아가 남북한 취소제도의 통합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북한 민법은 유효요건을 갖추지 못한 법률행위의 실효제도로서 협의의 취소를 규정하는 이외에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해제, 해지를 일괄적으로 취소로 규정하고 있다. 이 밖에 북한 민법은 부재자의 법적 취급과 관련해서 소재불명자인증의 취소 및 사망자인증의 취소, 대리권의 소멸과 대리위임의 취소, 계약의 체결과 제의(청약)의 취소 등에서 광의의 취소를 규정하고 있다.
북한 민법이 취소제도에서 착오와 사기·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를 취소원인으로 하는 점, 취소권을 형성권으로 다루는 점, 철회의 성격을 띠는 대리위임의 취소와 제의(청약)의 취소와 구속력을 규정하는 점, 사망으로 간주된 부재자가 생환한 경우에 법원의 취소로 원상회복을 시키는 점은 우리 민법과 비슷하다.
그러나 북한 민법은 취소제도에서 선의의 제3자 보호규정이 없는 점, 중대한 과실로 인한 착오자의 취소권을 제한하는 규정이 결여된 점, 취소의 효과인 원상회복에 있어서 사기자·강박자의 재산을 몰수하는 불법원인급여로 다루면서 이를 국가로 귀속시키는 점, 취소권의 존속기간을 2개월의 단기로 하는 점, 위험부담을 해제와 함께 다루는 점 등에서 우리 민법과 차이점을 보인다.
또한 북한 민법은 우리 민법과 달리, 법률행위의 취소에 있어서 취소의 상대방, 임의추인, 법정추인 등에 대한 규정이 없고, 실종선고의 취소의 효과에서 선의·악의에 따라 원상회복의 모습을 달리하는 특례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위에서 열거한 남북한 민법의 취소제도의 유사점과 필요한 규정임에도 결여된 규정들, 그리고 차이점 중에서는 우리 민법이 선의의 제3자 보호규정을 두는 점, 취소와 해제·해지 및 철회를 구별하는 점, 위험부담과 해제를 구별하는 점,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착오에 대해 취소권행사를 제한하는 점 등은 법률관계의 명확화·재산관계의 합리화와 거래 안전을 도모하는 것으로서 당연히 우리 민법의 규정들이 통일 민법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또 북한 민법이 채권자지체를 집단주의원칙(동지적 협력과 방조의 원칙)에 기초하여 다루는 점, 취소의 효과로서 사기자·강박자의 재산에 대해 몰수의 효과를 가져오는 불법원인급여로 다루되 국고에 귀속시키는 점, 계획적 계약의 위반효과로서 제재금의 지급을 규정하는 점 등은 사적재산관계를 공적통치관계로 다루는 것으로 사적 자치와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통일 이후 폐기함이 타당하다. 또 취소권의 존속기간을 2개월의 단기로 제한하는 북한 민법의 규정도 통일 이후 폐기하되, 기득권에 대한 보호규정을 경과규정으로 둠이 타당하다.
다만 북한 민법이 6세 이상의 미성년자가 학용품의 구입 등 일상생활에 필요하고 그 대가가 과도하지 아니한 행위에 대해 취소의 대상이 아닌 유효한 행위로 다루는 것과 임의대리의 소멸사유로서 수권행위의 철회의 경우 상대방에게 통지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은 본인의 현존능력을 중시하고 대리제도의 신용을 유지하기 위한 입법이라는 점에서 통일 민법에의 수용을 검토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