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위 핵폐기물의 관리 문제는 지난 수십 년 동안 항상 커다란 사회갈등을 불러일으키는, 그 해결이 쉽지 않은 “난제(wicked problem)”이다. 독일 역시 핵폐기물의 처리를 둘러싸고 정부와 시민사회단체들 사이에 심각한 대립과 격돌을 겪어 왔다. 그런데 독일 정부는 2011년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거치면서 모든 원전을 2022년 말까지 멈추겠다는 담대한 “에너지전환” 계획을 선언함과 동시에 지금까지 취해오던 권위주의적인 접근법과는 사뭇 다른 참여적 거버넌스에 기반한 고준위 핵폐기물 관리정책을 발표하고 그 후속조치를 실행하고 있다. 하지만 독일이 고준위 핵폐기물 관리를 위해 새롭게 채택한 참여적 거버넌스에 대한 학술적 소개와 연구는 우리 학계에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반하여 이 논문은 먼저 독일의 핵폐기물 처분장 부지선정의 역사를 살펴보고, 이어서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독일에서 새롭게 추진되고 있는 참여적 거버넌스에 기반한 고준위 핵폐기물의 관리체계의 내용과 그에 대한 독일 내의 평가들을 검토한 다음, 마지막으로 독일에서 진행되고 있는 고준위 핵폐기물 관리를 위한 최근의 경험들이 고준위 핵폐기물 문제로 현재 커다란 갈등을 겪고 있는 우리 사회에 던져주는 함의에 대해 토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