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조선중기 문인인 동주 이민구의 저술 『讀史隨筆』에 대한 연구이다. 이민구는 관직 생활 동안 여러 浮沈을 겪은 끝에 고향에 머물며 시문 창작에 몰두하던 晩年에 역사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여 이 저술을 창작한다. 150여 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에 上古時代에서부터 宋代에 이르기까지의 긴 역사를 1,073조목이라는 방대한 조목의 저술로 완성했다는 점에서 평소 그가 가지고 있던 역사에 대한 관심과 방대한 지식을 충분히 엿볼 수 있다.
본고에서는 이민구가 직접 지은 『독사수필』의 自序를 중심으로 이민구의 저술 창작 의식과 역사를 읽는 방법에 대해 논의를 진행하였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그가 어떤 관점에서 역사 정보를 수집·정리·분류하였으며, 다시 이 바탕 위에서 사건·인물에 대해 어떤 의도로 논평을 가했는지 확인하고자 하였다.
그 결과 다음의 몇 가지 특징적 국면을 확인하였다. 첫째, 그는 자신이 받아들인 역사 정보를 일정한 관점 위에서 분류하고 체계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이는 일차적으로 이민구가 정보의 수집과 분류를 중시하였음을 보여주며 추후 고증의 영역까지 나아가고자 했음을 짐작게 해준다. 둘째, 역사를 통해 찾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주제 의식 가운데 특히 군주와 신하의 덕목에 주목했음을 확인하였다. 내용적으로는 본받을 만한 사례보다 경계할 만한 사례의 비중이 컸음을 확인하였다. 셋째, 반복되는 역사의 속성에 주목하여 事蹟 가운데 비슷한 부류의 일들을 모아 제시한 경우를 살펴보았다. 이는 시간에 따라 흘러가는 通史를 자신만의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이해하고자 한 노력이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