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건강권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재난 피해자의 건강권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부족하였다. 또한, 논의가 신체적·정신적 건강권에 집중됨에 따라, 사회적 건강과 영적 건강을 포괄하는 논의는 그다지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에 본 논문에서는 지난 6년 안산에서의 현장연구와 구술증언록 『그날을 말하다』의 내용을 바탕으로, 세월호참사 피해자의 건강권이 실제 현장에서 경험되고 실천되는 양상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았다. 연구결과,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문제가 발견되었다. 첫째, 안산 온마음센터를 통해 피해자의 정신건강에 관한 지원은 적극적으로 이루어졌지만, 이는 도리어 피해자의 신체적인 건강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려움을 발생시켰다. 둘째, 재난 피해자라는 특수성에 집중한 나머지 피해자들이 시민으로서 안전하고 건강한 작업·생활환경 속에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건강권에 대해서는 간과하는 측면이 있었다. 셋째, 피해자들의 진상 규명을 향한 노력은 이들의 영적 건강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건강에 관한 논의는 진상 규명과 건강 문제를 분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왔다.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연구자는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의 현실적이고 실효성 있는 건강권 확보를 위해서는 신체적·정신적·사회적·영적 건강의 유기적 관계를 고려하는 접근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법과 제도를 넘어 현장 상황과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고려하는 정책의 집행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