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한국문화에서 감이나 감나무를 호명할 때, 흔히 유교문화에서 조상을 위한 제사음식으로 연결되는 현상이 어떤 역사적 궤적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는가를 현장조사와 문헌조사를 통해 검토한 역사인류학적 논의이다. 그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면서 논의를 전개해 나갔다. 첫째는 조선시대 이전 감의 물질적·사회적 위상은 어떠하였는가에 두었다. 둘째는 감은 조선의 ‘조상제사’에서 언제부터 의례음식으로 ‘가치의 층위(level of value)’를 높여나간 것으로 볼 수 있는가에 방점을 두었다. 끝으로 20세기 이후 의례음식으로서 감의 위상이나 가치는 어떤 양상으로 나타났고 그 원인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를 고민하였다. 결과적으로 보면 감은 오늘날 민간의 유교 제사음식에서 처음부터 조상을 위한 정성의 마음으로 물화(物化)되고 “가치(value)를 지니는 선물(gift)”이 아니었다는 것을 추적하면서 그것을 입증하고 있다. 거기에는 중국문화에서 파생한 감의 덕성이 고려와 조선의 유학자들에 의해 그 구절들이 인용/재인용되고 예찬되는 과정과 연계되어 이해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물론 조선시대 종묘의례에 홍시와 건시가 천신되는 것도 결과적으로 조선 후기를 통과하면서 감이 그 의례적 가치를 높이는 데 일정한 영향을 주었다고 보았다. 다만 단순히 종묘에 천신하는 것에 국한하지 않고 조선 전기와 후기의 몇몇 진설도를 활용하여 감이 의례용으로 쓰일 수 있는 문화적 조건들에 대해 논의하면서 『조선왕조실록』이나 『소학언해』, 그리고 조선 후기 유학자들이 남긴 문집의 글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 이 과정에서 감이 사회 속에서 어떻게 기능하고 있었는지를 살폈다. 끝으로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감이 의례용뿐만 아니라 뇌물이나 외교물품 및 약용, 구급 그리고 구황에 쓰이고 있음을 다각도로 점검하면서 감의 가치가 높아가면서 감나무의 식생분포도 또한 북상하고 있다는 점을 역사적 기록을 통해 지도에 그려가면 논의를 전개하였다. 이는 20세기 일제강점기 감과 감나무의 생산과 유통 및 소비와 교환경제체계를 이해하는데 의미를 준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