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정의신의 희곡 「야키니쿠 드래곤」을 고찰대상으로 냉전시대를 살아가는 재일조선인의 모습을 살펴보고, 한반도의 남북과 일본에 폭넓게 이어지고 있는 재일사회의 분단과 이산(離散)의 문제에 대하여 고찰한 것이다.
식민에서 냉전으로 이어진 시대를 지나면서 한반도는 남과 북으로 분단되었고, 그 속에서 재일조선인 사회는 한국과 북한, 그리고 일본 사이에서 한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는 복잡한 이산을 겪어야 했다. 「야키니쿠 드래곤」은 불법점거지 조선인 취락이라는 공간적 배경과 냉전시대의 시간적 배경, 등장인물의 특징적 설정과 극적인 구성을 통해 냉전시대에 재일조선인이 사산(四散)하는 현장을 그려내고 있다. 특히, 전후 일본에서 식민지배에 대한 책임 문제가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가운데, 일본사회 최하층의 노동현장을 전전하다 불법 점거지의 빈민으로 전락하고 북한행을 결심하는 데쓰오의 모습은 ‘귀국자’의 모습이라기보다 귀속할 마땅한 곳이 없는 난민을 방불케 한다. 이러한 점에서 ‘불법점거’라는 이유로 자신의 삶의 터전을 박탈당한 류키치와, 망명이나 다름없이 북한행을 결심하는 데쓰오는 재일조선인이 처한 빈곤과 차별의 접점에서 중첩된다.
「야키니쿠 드래곤」은 고도경제성장의 활기찬 이면에서 빈민과 난민으로 내몰려 엄혹한 1970년대를 산 재일조선인의 모습을 대조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일본사회의 암부를 드러내고, 냉전시대에 무책임과 배타적인 차별 속에서 사산하는 재일조선인의 삶과 저항을 기록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