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오에겐자부로의 「『새싹 뽑기, 어린 짐승 쏘기』재판」(1980)을 연구 대상으로 한다. 초기작 「새싹 뽑기, 어린 짐승 쏘기」(1958)와의 비교를 통해 이화된 요소를 확인하고, ‘재판’이라는 기제를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한 것인지에 관해 분석함으로써 오에의 전후인식의 일면을 고찰하고자 한다. 「『새싹 뽑기, 어린 짐승 쏘기』재판」은 화자를 감화원 측에서 마을 측으로 전환하고, 초기작의 화자였던 ‘반・동생’을 일본과 미국, 태평양전쟁과 베트남전쟁을 매개하는 트릭스터로 조형하여 소설의 시공간을 확대하고 있다. 태평양전쟁을 전후하여 발생한 두 사건에 관한 ‘나’와 ‘반・동생’의 대화는 초기작의 마을의 특성과 마을사람들의 성격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그리고 점령군 주도로 이루어진 ‘데모크라시 재판’에 대한 회상에는 도쿄재판에 대한 오에의 시선, 즉 천황제와 천황제 민주주의에 대한 시선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형의 소설에 대해 ‘나’가 단죄하고 있는 것은 초기작에서 마을의 지형학적 특수성과 마을 창건 이래의 역사를 제대로 서술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이것은 주변부에 대한 상상력, 천황 중심의 세계를 위협하는 반천황제적 공동체에 대한 상상력을 활성화하지 못했다는 오에의 자기비평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소설 속에서 두 가지 형태로 전개되는 ‘재판’이라는 기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천황제 민주주의의 현실과 동아시아 최대의 미군기지로 미국의 전쟁에 참여하고 있는 전후 일본의 현실에 대한 오에의 비판적인 시각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