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에서는 노부코의 ‘결혼의식’과 ‘슌키치에의 사랑을 희생한 여성’이라는 의혹을 중심으로 그녀의 삶의 구조를 고찰해 보고, 『아키』로 이어지는 아쿠타가와의 인식에 대해 검토해 본다. 우선 데루코의 편지는 작품 중 데루코의 존재를 대변함과 동시에, 노부코의 심리를 알기위한 중요한 실마리로 작용하고 있다. 그것은 첫째, 노부코에게는 ‘여동생에의 희생이라고 생각하고 싶다’는 의식 작용을 통해 여동생의 편지를 꺼내어 읽으면서 눈물에 젖어 데루코의 모습을 애처롭게 생각하는 행동으로 나타나 있다. 두 번째, 만약 노부코의 결혼이 데루코의 상상대로였다고 한다면 그 눈물은 노부코의 자기희생에 대한 감상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세 번째, 노부코의 의혹의 발단은 데루코의 편지 속 상상에서 시작되고 있다. 데루코가 자기희생을 한 언니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용서를 구한 것은 데루코의 소녀다움, 애처로움에 대한 마음의 감동에서 온 것일 수 있다. 결국 아쿠타가와의 노부코의 관념적 인식은 데루코의 노부코에게 보낸 편지가 그것을 대변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네 번째, 노부코의 결혼이 모두의 예측과는 달랐던 사정은 ‘모친 데마에와 세상습속에 의한 혼담결정이라는 점에서, 완전한 희생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섯 번째, 아쿠타가와의 결혼 전 노부코에 대한 언급 대부분이 주위 동창들의 시선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다. 노부코의 희생의 조건이 되는 슌키치와의 관계는 어디에도 언급되지 않으며 애매한 언급만이 있을 뿐이다. 이상의 점에서 『아키』의 노부코를 그려낸 아쿠타가와로서는 그의 인생도정이나 인간인식으로서는 획기적인 일이며, 극히 상징적 심상에 따른 아쿠타가와의 인식 혹은 관념에 의해 조형되어진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