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부마민주항쟁이 국가기념일로 제정되었다. 그럼으로써 항쟁은 한국 민주주의 역사 속에서 정통성과 정당성을 부여받는 민주화운동으로 확립되었다. 이제 국가는 규칙적이고 주기적으로 항쟁을 기념함으로써 그 역사에 담긴 정치적 진실들을 규명하게 될 것이다. 그 점에서 부마민주항쟁의 국가기념일화는 사건의 진실 찾기에서 매우 중요한 계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항쟁의 진실이 남김없이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부마민주항쟁의 사건과 주체들은 국가적 기념일의 형식 속에서 단일의 정치적 의미와 존재로 규정되는 것 이상의 의미와 존재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우리가 다양체 또는 개별자로 부르는, 대단히 복합적이고 모순적이며 때로는 일관되지 못한 존재들이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와 같은 사유 속에서 우리는 정치적 근대가 확정한 민주주의와는 다른 민주주의에 대한 상상의 문을 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