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복잡해지고 과학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무엇이 범죄이고 어디까지가 허용되는 자유인지 분간하기가 어려워졌다. 즉 오늘날 범죄는 전통적인 범죄부터 신생되는 범죄까지 다양화되고 있다. 이러한 다양화된 범죄는 불법과 책임의 정도를 구분하여 단계화함으로써 각 단계에 따른 법적 대응을 차별화할 필요가 있는데, 이미 형벌(법정형)은 불법과 책임의 크기에 따라 차등화되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차등화는 형벌을 넘어서 법적 처리방식 또한 다양화될 필요가 있다. 특히 경미범죄는 가급적 비범죄화를 통해서 전과자양산을 막고 원활한 사회통합을 이룰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경미범죄에 있어서 이러한 형사정책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 바로 조건부 기소유예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조건부 기소유예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일부 개별 법률에서 규정되고 있기는 하나, 실제 활발히 운영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법적 근거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공소제기 원칙인 ‘기소편의주의’는 소추재량권의 한계가 불명확하다는 점에서 기소유예처분의 오남용 문제가 발생한다. 이로부터 조건부 기소유예의 ‘조건’을 유형화함으로써 기소유예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본 논문에서는 조건부 기소유예를 ‘부담형’ 또는 ‘지시준수형’ 조건부 기소유예로 유형화하여 활용하는 방안을 살펴보았다. 이때 이러한 ‘부담’과 ‘지시’를 보다 분명하게 법률에 규정함으로써 첫째, 검사의 공소권에 대한 신뢰를 높일 뿐만 아니라, 둘째, ‘조건부’를 통해 기본권이 침해되는 기소유예대상자들에게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고, 나아가 셋째, 수범자들에게 간접적인 규범력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형사소송법에 조건부 기소유예에 대한 일반적인 내용을 규정하고, 개별 법률에서는 적용되는 범죄의 속성에 맞춰 재범방지 및 신속한 사회복귀를 위한 ‘조건부’를 보다 명확히 제시하는 것이 향후 증가할 조건부 기소유예의 바람직한 개선방향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