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동안 기억에 대한 신경과학 연구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해, 비록 그 연구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기는 하지만, 기억의 복잡성과 다양성을 심층적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기억 현상의 과정은 부호화, 저장(응고화), 상기의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다. 망각의 경우는 정상적인 수준에서 정신 건강과 삶의 질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단순히 정신적 결핍으로 간주 될 수 없다. 기억과 망각은 각각의 개별적인 중요성을 가지고, 상호 보완적인 과정으로 기능한다.
신경 현상과 과정에 대한 이해를 넘어 기억과 망각과 관련된 신경과학 연구는 의도적인 변화를 목적으로 한 개인의 기억에 대한 외부의 개입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로 인해 법적, 윤리적 도전이 증가하고 있다. 본고에서는 기억의 윤리적 문제에 관하여 미국에서 발간된 대통령 생명윤리위원회의 비욘드 테라피 보고서(Beyond Therapy)를 심도 있게 검토한다. 이 보고서는 인위적인 기억의 변화를 반대하는 생물 보수적 (bio-conservative) 입장을 취하여, 자아정체성, 인격, 책임감, 자기 성장에 관한 도덕적 요구에 비추어 “적절하고 진실하게” 과거를 기억해야 한다는 개인과 사회의 의무에 대해 호의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본고는 현명하지 못한 기억 조작과 관련된 다양한 위험에 대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경험을 극복하는 수단으로서 기억을 의도적으로 수정할 개인의 도덕적 권리를 위한 규범적 공간을 마련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법적인 분석을 통하여, “기억의 자유”라는 새로운 권리를 주장하면서 기억과 기억 조작과 관련된 자유권 개념을 다룬다. 삭제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포함한 기억할 권리, 기억을 증진시킬 권리, 잊을 권리 등으로 기억의 자유의 범위와 내용을 제시하고 그 법적 한계점을 검토하였다. 미래의 기억 개입 기술의 발전은 한 개인의 기억을 마음대로 지우거나 조작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집단기억과 증인의 증언과 같은 사회적 법익과 관련한 기억할 의무와 책임, 기억과 양심과의 관계에 대해서 논하고, 기억을 증진시킬 사회적 의무에 관한 논점을 제안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