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는 국제난민레짐의 형식적 제도화와 실제적 적용에 있어 공백지로 평가된다.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은 국제난민법의 공식적인 비준을 거부하고 난민의 수용을 국가 간의 협상의 대상으로 다루어 왔다. 난민협약을 비준한 소수의 국가들도 난민보호를 국가의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난민위기들과 대응의 경험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에서 난민보호의 제도화와 실제적 이행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원인과 양상은 무엇일까? 그리고 이러한 난민보호의 간극을 극복하기 위한 시민사회의 대응은 어떻게 나타나고 있을까? 이 연구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시작하여 아시아 지역에서 국제난민레짐의 부재가 난민보호에 대한 무관심을 의미하지 않으며,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제도화가 이루어진 국가들과 그렇지 못한 국가들에 대해 서로 다른 접근방식을 통해 난민보호의 실질적 이행을 달성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즉, 형식적이나마 제도화를 받아들인 국가에서는 시민사회가 취약한 제도화의 수준을 정치적 기회로 활용하여 실질적 이행을 강조하고, 반대로 제도화를 거부한 국가들에서는 국제레짐의 복잡성을 활용하여 난민보호를 증진시킬 수 있는 보충적 보호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아시아 시민사회가 난민보호를 "비호를 구할 권리"라는 한계를 넘어 "비호를 누릴 권리"로 확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