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중심으로 친구의 죽음으로부터 도망친 소년 동호의 죄책감, 수치심 같은 도덕 감정과 5·18광주민주화운동에서 생존한 자들의 죄책감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통해 국가폭력에 대한 공동체의 사회적 도덕 감정을 작가가 어떻게 환기하는가를 생각해보았다.
7개의 장으로 구성된 각 장은 초점화자가 다른 서술적 다양화를 시도함으로써 5·18광주민주화운동에서 희생된 죽음과 파괴된 삶에 대해 다각적인 조망을 보여준다.
작품의 주요인물은 동호, 정대 같은 죽은 소년들과 생존한 은숙, 선주, 교육대학 복학생과 진수 같은 청년들과 동호의 어머니이다. 이들은 모두 도청 상무관에서 시신 수습의 일을 거들었던 동호와 연관된 인물들로서 5·18광주민주화운동 현장에서 죽었거나 살아남았지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며 삶이 파괴된 인물들이다. 이러한 인물 설정을 통해 작가는 5·18광주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어떻게 무고한 시민들이 죽었고, 그 후 생존자들의 삶이 어떻게 파괴되었는지를 보여줌으로써 국가폭력을 가한 자들이 사회적 도덕 감정을 가질 것을 촉구하고 있다.
작가는 광주의 희생자들을 인간으로서의 양심과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 죽음과 고통 속에서도 역사를 바로 응시하며 살아간 윤리적 인간이라고 해석한다. 나아가 그들의 죽음과 고통을 초월한 인간에 대한 양심과 존엄의 정신, 즉 사회적 도덕 감정으로 이 시대와 사회를 밝게 인도해 나가기를 바란다. 그것이 5·18광주민주화운동에 참여하여 죽은 자들에 대한 진정한 애도이며,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받은 고통에 대한 진정한 응답이 될 것이며, 오늘 우리가 기억하고 계승해야 할 진정한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적 요체일 것이며, 작가가 의도한 『소년이 온다』의 진정한 주제일 것이다.